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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직업전문학교] [열정으로사는사람들] 은행 지점장 출신 건물 관리소장 이만호씨 2016-07-10 오후 4:40:40
글쓴이 :
관리자
조회수 :
5148
벌이 10분의 1로 뚝…“지금 더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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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호(61)씨가 서울 합정역 근처에 있는 일터에서 나무를 다듬고 있다.

 
 
“은행 지점장이 겨우 보일러 공부나 하느냐는 비아냥을 들었어요. 손가락질 당하니까 포기하고 싶었죠. 하지만 갈급함이 있어 해냈습니다. 100세 시대에는 당장 돈을 많이 버느냐 적게 버느냐가 문제가 아니에요. 가진 기술로 평생 일하는 게 중요하죠.”

월급 130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벌이가 10분의 1로 줄었다. 은행 지점장이라는 이름표는 관리 아저씨로 바뀌었다. 그래도 “지금 더 행복하다”는 사람이 있다. 기술을 배운 덕에 평생 일자리 걱정 없다는 이만호(61)씨 이야기다.

“주변 사람들 보면 퇴직하고 나서 무턱대고 창업했다가 망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렇다고 집에서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먹으면 아내와 갈등할 게 불 보듯 뻔할 거고요.”

이씨는 30년 일한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3년 남기고 떠나야 했다. 너무 아쉬웠다. 모든 것을 바쳤던 터라 배신감도 느꼈다. “임원이 돼 잘 살게 해 주겠다”는 아내와의 약속 역시 지킬 수 없었다.

슬픔도 잠시, 돈 들어올 구멍을 찾아야 했다. 그는 기술을 배우기로 했다. 30년 만에 취업문을 두드렸다.


◇ 벌이 줄어도 일 있어 행복

이씨는 KB국민은행 부산 범어사역지점장과 서울 언주로지점장으로 일하며 한 달 1300만~1400만원 벌었다. 연봉으로 따지면 1억6000만~1억7000만원이다. 언주로지점에서는 강남 논현동 돈줄을 휘어잡던 그였다.

이런 경우도 노후를 준비해야 할까. 벌어놓은 돈으로 은퇴 후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은행 지점장, 돈 많이 벌죠. 여태 벌어놓은 돈으로 70세까지는 살 수 있어요. 하지만 요즘 100세 시대 아닙니까. 돈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할 일이 있어야 합니다.”

이씨는 장수 리스크를 강조했다. 돈 없이, 직업 없이, 병치레하며, 혼자서는 오래 살아봤자 축복이 아니라는 얘기다.

명예퇴직한 뒤에는 월급이 130만원으로 줄었다. 그나마 재취업했으니 매달 손에 돈을 쥘 수 있다. 지금은 서울 합정역 근처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관리사무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 나이에 건강하게 출퇴근하니 행복합니다. 월급이, 연봉이 10분의 1로 줄어든 지금 더 행복합니다. 스트레스도 10분의 1로 줄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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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호씨가 취득한 자격증

 


◇ 무시·괄시 이겨내고 ‘8전9기’


이씨는 퇴직 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돈을 아끼기로 했다. 자전거 수리점을 찾은 그는 ‘기술이 있어야 남은 30년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전거 수리점 주인의 친구들이 “자식에게 손 내밀지 않고 가끔 막걸리도 사는 사람은 이 친구가 유일하다”고 주인장을 소개한 것이다.

이씨는 보일러 기술을 먼저 배우기로 했다.

“젊은 사람도 취업 못하는데 무슨 은행 지점장이 보일러 기술을 배우느냐”는 핀잔을 많이 들었다. “은행 지점장씩이나 해놓고서 이런 것 하나 제대로 못 한다”는 소리도 이어졌다.

같은 자리에서 면접 보면 젊은이로부터 밀려나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젊은이와 경쟁하며 면접 보면 대개 젊은 사람을 뽑더라고요. 월급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면서 나이 든 사람을 밀어내요.”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나만의 무기가 필요했다. 이씨는 자격증을 무기로 삼고, 기술 공부에 더 힘을 쏟았다.

그러나 기술 용어는 알아듣기 어려웠다.

“30년 동안 대출 관련 서류만 보다가 용접하려니 너무 어렵더군요. 집에서 드라이버나 써봤지, 이런 현장에 와보기는커녕 기술 용어도 못 들어봤는데 말입니다. 전기산업기사 자격증 시험은 무려 여덟 번 떨어졌다니까요. 다른 자격증 시험도 모두 몇 번씩 탈락할 정도로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이씨는 보일러기능사부터 시작해서 가스안전관리, 건축목공기능사,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소방안전관리, 에너지관리산업기사, 위험물안전관리, 전기산업기사 등 자격증을 따냈다. 은행에서 일할 때 취득한 기업자금관리사와 기술 관련 하위 자격증인 에너지관리기능사, 전기기능사까지 합치면 그가 가진 자격증은 10개가 넘는다.


◇ 역시 아는 것이 힘…배워두면 ‘돈’ 돼죠

“배운 것은 언제든 써먹을 수 있습니다. 고통 없이 얻을 수는 없지만 그만큼 남는 게 있어요.”

이씨는 열심히 공부한 덕택에 위기를 넘긴 적이 또 있다. 1997년 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를 겪을 때다.

“예전에는 은행에서 손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거나 주판을 굴려가며 일했어요. 컴퓨터를 배우지 않고 계속 그렇게만 했다면 은행 지점장까지 올라가지 못했을 거예요. 진작에 직장을 떠나야 했겠죠.”

그는 컴퓨터로 은행 업무를 볼 때 쓸 만한 사례집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선·후배 할 것 없이 큰 호응을 얻었단다. 그 덕에 IMF 위기로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 닥쳐도 이씨는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이제 여유도 생겼다. 이씨는 매달 소득 중 10분의 1을 남을 위해 쓰고 있다. 브라질과 이스라엘에 있는 선교사에게 지원금을,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보낸다.

공부는 삶에 위안을 주기도 했다.

“누구나 그렇듯 살면서 힘들 때 참 많죠. 자식 문제, 직장 문제 생각하면 괴롭잖아요. 저는 그것들을 잊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기술을 배웠어요. 기술 공부에 빠져 있는 동안에는 뭔가 걱정하거나 우울한 감정을 느낄 새가 없더라고요.”

이씨는 요즘 조경 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해 주말을 반납했다. 평일에도 주경야독이다. 그의 땀방울이 여름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난다.

글·사진=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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